10년 후 디지털세상은. 디지털 전문가들이 말하는 2025년

20세기 비즈니스모델 붕괴
네트워크 사회의 위험성…대다수가 몰라서 더 문제

몸 속에 칩 심어 실시간 건강체크…달리는 車끼리 소통…충돌없이 질주 

  

10년 후 디지털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퓨리서치센터가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보고서를 냈다. 제목은 ‘2025년의 디지털 생활’. 작년 말과 금년 초 미국 엘론대와 공동으로 전문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퓨처리서치센터는 2025년에는 인터넷이 현재의 전기처럼 보편화되고,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어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2004년 이후 6차례 조사를 했는데 이번에는 종전과 달리 미래를 염려하는 전문가가 많았다고 밝혔다.

퓨리서치센터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15개로 정리했다. 이 가운데 긍정적 전망이 8개, 부정적 전망이 6개다.

◆20세기 사업 모델 무너진다 

전문가들은 2025년에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인터넷을 사용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인터넷이 전 세계 구석구석까지 연결하고,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지금의 전기처럼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어디에나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스마트센서, 카메라, 데이터센터 등이 널리 확산됨에 따라 세계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사물인터넷’이 보편화되고, 디지털 기기를 몸에 착용하거나 아예 내장하면서 실시간으로 건강을 체크하고 가상현실을 즐기게 된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20세기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할 것이라고 봤다. 금융, 엔터테인먼트, 출판, 미디어,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종전의 방식이 통하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뜨게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파괴(Disruption)’라는 표현을 썼다.

또 정치의식이 높아지고 행동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강해지지만 ‘아랍의 봄’과 같이 평화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봤다. 국경 개념이 희박해지고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뭉치면서 국가가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남의 생활 파괴하기 쉬워진다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퓨리서치센터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빈부차가 커져 불만과 폭동을 유발할 수도 있고, 디지털 기술 오·남용 방식이 진화하고 규모가 커져 남의 생활을 비참하게 만들기가 쉬워진다고 봤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국가와 문화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권력을 사용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테러리스트를 찾아낸다는 핑계로 전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감청을 했다는 사실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개인의 사생활이 짓밟힐 수 있다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편리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 서비스 사업자들한테 지나치게 많은 개인정보를 제공하다 보면 사생활이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는 것. 개인정보를 주고 편의를 사는 셈이다.

문제는 네트워크 사회가 가져올 위험을 대다수 사람이 모른다는 점이다. 퓨처리서치센터는 미래의 네트워크 사회가 현재보다 훨씬 ‘파괴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보다 훨씬 불공평한 ‘디스토피아’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 이도 있다.

◆“손으로 만든 것 머리로 통제해야”

미국 MIT 수석과학자인 데이비드 클라크는 “디지털 기기들끼리 소셜 네트워크를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기기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자동으로 제어한다는 것. 도로에서 자동차끼리 소통하며 충돌 없이 질주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인터넷 프로토콜 창시자인 빈튼 서프 구글 부사장은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애당초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온라인 사업이 더욱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고 사생활과 관련해서는 “좀 더 투명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크 로텐버그 EPIC 사장은 “좀 더 개방적이어 하고, 좀 더 민주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중앙통제를 줄여야 하고, 좀 더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토머스 에디슨 말대로 ‘인간은 손으로 만든 것을 머리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